대행사 계약서에서
꼭 확인해야 할 조항
계약서 문제는 계약할 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만둘 때 전부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광고 계정을 못 가져오고, 만들어 둔 콘텐츠를 못 쓰고, 위약금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서야 2년 전에 서명한 종이를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저희도 대행사입니다. 대행사가 대행사 계약서의 주의점을 쓰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병원을 인수인계받을 때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일이 이전 대행사에서 계정과 자료를 받아오는 것입니다. 받아오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 비용은 결국 병원이 냅니다. 아래 여덟 개 조항은 저희가 인수인계 과정에서 실제로 막혔던 지점들을 역순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계약서도 같은 기준으로 씁니다.
무엇이 누구 것인가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병원에 남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여기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대행사를 바꾸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 01광고 계정의 명의
- 검색광고 계정이 병원 사업자 명의로 개설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대행사 명의의 계정 안에 병원 캠페인이 들어가 있는 구조라면 계약 종료 시 그 안의 키워드 이력·품질지수·전환 데이터가 함께 사라집니다. 돈으로 쌓은 데이터가 통째로 없어지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광고주 명의로 개설하고 관리 권한만 위임한다"는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 02도메인과 호스팅
- 홈페이지 도메인이 대행사 명의로 등록된 사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경우 계약이 끝나면 주소를 못 쓰게 되고, 검색에 쌓인 것이 전부 날아갑니다. 도메인 소유자 정보와 호스팅 계정이 병원 명의인지, 관리자 계정 정보를 언제든 요구할 수 있는지를 조항으로 둡니다.
- 03채널 계정
- 플레이스, 블로그, 각종 SNS, 예약 앱의 관리자 계정이 누구 것인지 목록으로 만들어 두세요. 특히 대행사 직원 개인 계정으로 연결된 채널은 담당자가 퇴사하면 접근 자체가 끊깁니다. 계약서에 계정 목록을 별지로 첨부하고 변경 시 갱신하도록 하는 방법이 확실합니다.
- 04제작물의 이용 권리
- 촬영한 사진, 작성한 원고, 제작한 홈페이지 디자인의 권리 귀속입니다. 저작권을 전부 넘기지 않더라도 최소한 계약 종료 후에도 병원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이용 권리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종료와 동시에 쌓아 둔 콘텐츠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외부 모델·성우·음원을 썼다면 그 사용 범위와 기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조건과 책임
분쟁이 생겼을 때 실제로 읽히는 조항들입니다. 모호하게 적힌 부분은 대체로 병원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 05업무 범위와 산출물
- "마케팅 대행 일체" 같은 문장은 분쟁이 생기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습니다. 월 몇 건, 어떤 형태, 어떤 보고인지가 숫자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 제작"이 원고만인지 촬영을 포함하는지, 수정은 몇 회까지인지, 보고서에 어떤 지표가 들어가는지까지 정해 두면 서로 편합니다. 계약서에 못 적을 정도로 범위가 흐릿하다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 06중도 해지 조건
- 해지 통보 기간(보통 1개월 전 서면), 위약금 산정 방식, 선급금과 미집행 광고비의 정산 방법을 봅니다. "계약기간 잔여분 전액"을 위약금으로 두는 조항은 과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지 사유에 "광고주의 귀책"만 열거되고 대행사 귀책 시 해지 근거가 없는 계약서가 꽤 있습니다. 쌍방에 동일한 해지 요건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 07의료광고 책임의 소재
- 심의 신청, 내용 검수, 게시 승인을 누가 하는지 적습니다. 법적 책임의 주체는 의료기관이므로 계약서로 책임을 완전히 넘길 수는 없지만, 실무상 누가 무엇을 확인하고 그 기록을 어떻게 남길지는 정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 내용에 대해 의료진 확인을 거친 뒤 게시한다는 절차가 조항으로 있으면 사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관련 내용은 사전심의 글에서 더 다뤘습니다.
- 08개인정보 처리 위탁
- 상담 폼이나 통화 기록을 대행사가 다루게 된다면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합니다. 위탁 계약 조항(또는 별도 위탁 계약서)이 필요하고, 병원의 개인정보처리방침 수탁자 현황에 대행사 이름이 올라가야 합니다. 사용하는 도구의 서버가 국외에 있다면 국외 이전 고지도 따로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빠진 채 상담 데이터가 오가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합니다.
"보장" 문구는
대개 지킬 수 없는 약속입니다
"1페이지 노출 보장", "상위 3위 보장", "신규 환자 ○명 보장" 같은 문구는 계약서에 적혀 있어도 실효가 의심스럽습니다. 검색 순위는 각 검색 서비스가 결정하고 수시로 바뀌며, 대행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보장을 약속한 대행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쓰게 됩니다. 과장 문구, 대가성 후기, 어뷰징 같은 것들입니다. 그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은 병원이 집니다.
보장 문구를 보면 안심할 게 아니라 "어떻게 지키실 건가요"를 물어보셔야 합니다. 답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계약서의 그 줄은 지워도 되는 줄입니다.
보장 대신 넣을 수 있는 것
- 투입 — 월 콘텐츠 건수, 광고 운영 범위, 보고 주기
- 절차 — 검수 단계, 의료진 확인, 심의 신청 책임
- 측정 — 어떤 지표를 어떤 원본으로 보여 줄지
- 대응 — 목표에 못 미칠 때 무엇을 바꿀지
- 이관 — 종료 시 넘겨줄 자료 목록과 기한
결과는 약속할 수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적을 수 있는 것은 뒤쪽입니다.
서명 전 마지막 점검
한 장으로 옮겨 두고 계약서와 대조해 보시면 됩니다.
| 항목 | 계약서에서 확인할 문장 |
|---|---|
| 광고 계정 | 광고주 명의로 개설하고 관리 권한만 위임한다 |
| 도메인·호스팅 | 소유 명의는 광고주이며 계정 정보를 요구 시 제공한다 |
| 채널 계정 | 계정 목록을 별지로 첨부하고 변경 시 갱신한다 |
| 제작물 | 계약 종료 후에도 광고주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
| 업무 범위 | 월 산출물의 종류와 수량, 수정 횟수가 숫자로 적혀 있다 |
| 보고 | 지표 항목과 원본 자료 공개 범위, 보고 주기가 명시돼 있다 |
| 해지 | 통보 기간과 위약금 산정식이 있고 쌍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
| 정산 | 미집행 광고비와 선급금의 반환 기준이 있다 |
| 의료광고 | 심의·검수·의료진 확인의 책임 범위와 기록 방법이 있다 |
| 개인정보 | 처리 위탁 조항이 있고 수탁자로 기재할 수 있다 |
| 이관 | 종료 시 넘겨줄 자료 목록과 기한이 정해져 있다 |
| 보장 문구 | 순위·환자 수를 보장하는 문장이 없다 |
